1차 프로젝트 (feat.문과감성)

물

 

첫 프로젝트 발표날

2주 동안 만든 결과물을 발표하며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다

발표 당일 2시간 전까지 이리저리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내가 맡은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마다 초조했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유롭게 발표를 기다리는 팀들이 보이니까

더 마음이 급해진다

 

 

2주 전

프로젝트 진행하다보니 발표자가 나로 정해져있다

내가 맡은 부분 소화하기도 벅찬데 발표라니,

그래도 가타부타 긴말 하기 싫어서 알겠다고 한다

 

 

발표 보다는 내가 맡은 부분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당일 새벽에서야 발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들 뚝딱뚝딱 금방 만들고 사라진다

손이 느린건지 머리가 느린건지

나는 발표 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남들 출근 시간때 쯤 겨우 완성시킨 발표자료

거울을 보니 너무 내 꼬라지가 거울을 안닦아 놓은 것 같다

잠시 집에서 가서 씻고 나왔다

 

 

돌아다니면서 다른 팀들이 준비한 자료를 살펴본다

내가 더 작아지는것 같아서 돌아다니지 않기로 한다

만든 자료에 오타나 수정할 부분이 없는지 계속 확인한다

 

 

발표 순서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직전에 순서를 알게 되었다

첫번째다

왜 내가 첫번째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며 응원해주는 팀원들

난 먼저 맞는 것 보다 매 자체를 맞고 싶지 않은데,,,

 

 

모니터를 연결하고 발표 준비를 마친다

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고 모두들 나만 바라보고 있다

 

약간의 정적

 

그리고 공기가 좀 딱딱한 것 같았다

다들 내 입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를 하면서 바로 발표를 시작하면 되는데

왜 내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조용한 순간 외쳤다

 

물 한 잔 마시고 시작할게요~ :)

 

 

내 자리에 있는 물이 담겨 있는 컵을 챙겨서

다시 발표 자리로 돌아온다

발표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인다

조금은 말랑해진 분위기기 되었다

난 물 한 잔만 챙겨서 왔을 뿐인데 말이다

 

 

물 한 모금을 입에 잠시 머금고 발표를 시작했다

기껏 준비한 대본은 소용없었다

대본을 보고 있으려니 나를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을 쳐다보면서 발표하기로 한다

덕분에 많은 부분들을 언급하지 못했지만

많은 눈들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 표정을 보면서 발표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

 

 

같은 팀 팀원에게 부탁을 해놨다

정해진 발표시간이 끝나기 3분전에 수신호를 해달라고

무사히 수신호를 전달 받은후 알맞은 시간에 발표를 마쳤다

끝나고 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무탈히 마쳤다는 사실에 긴장이 약간 풀린다

 

 

다른 팀들의 발표까지 진지하게 경청한다

내가 제일 못한것 같아서 약간은 창피했지만

첫 결과물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다음 프로젝트 때 더 잘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다들 나에게 와서 한마디씩 한다

물 마시러 간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발표 내용보다는 그게 더 인상적이었나보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다음 발표 때는 술 한 잔으로 해야 인상 깊으려나